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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홈스쿨링/홈스쿨링 교육 정보

영어 학원을 보내지 않는 이유

by 글루코사 민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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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건물마다 다양한 학원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한다.

영어 학원, 수학 학원, 논술 학원,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발레 학원, 코딩학원, 입시 학원 등드르등등

그리고 그 옆건물에 또 차곡차곡 빼곡히 들어가 있는 학원들.

이렇게 많은 학원들을 보면 젤 먼저 드는 생각이 '학원 몇 개씩 보내는 집은 대체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 거야?'  

그런데 그런 학원을 두어 개, 예체능까지 서너 개 보내는 집의 재정상태는 어떤지 참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벌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둘을 학원 보낼 때 경제적으로 참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그래서 오늘은 학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며 교육 방식이지 모든 학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할 경우 학원을 다닐 수 있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학원 운영을 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모든 삶을 존중하고 인정한다. 

오해 없으시길! ^^

 

홈스쿨링을 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8월부터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3학년까지는 공부에 ㄱ도 하지 않은 상태로 팽팽 놀았다.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 한다는 신념하에... (매우 잘못된 생각이었다 ㅠㅠ) 

노는 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말 신나게 놀았다.

그러면서 늘어난 건 체력과 햇빛에 그을린 피부, 그로 인해 줄줄 흐르던 땟국물과 촌스러움...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3학년에 들어가서 받은 영어책을 보고 아이들이 이걸 수업 그대로만 따라가면 뒤처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해서 영어 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집에서 파닉스부터 가르치고, 마치 월간행사처럼(ㅋㅋㅋㅋ) 원서를 가끔 읽어주는 걸로 영어 학습을 할 뿐이었는데, 

이게이게.....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분노가 터져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는 거.... 

집에서 아이를 가르쳐본 엄마들은 뒷목이 땡기고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이건 뭐 비단 가르치는 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색을 해서 매일 갈 수 있고, 차량 운행이 가능하며, 형제 할인이 되는 ㅋㅋㅋ 학원을 보내게 되었다.

레벨 테스트를 했을 때 다행히 집에서 파닉스를 가르친 수준까지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기에 같은 학년들이 많은 적당한 반에 배정이 되었고 아이들은 아주 만족해하며 다닐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집에서 시작한 것이 영어 원서 직독직해.

문장에 있는 모든 단어를 하나도 빼지 않고 해석을 하는 방식으로, ORT 1단계부터 시작했다.

모르는 단어는 네이버 영어 사전에서 찾아봤고, 한 권이 마무리되면 내가 확인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다.

학원과는 별개로 진행하면서 아이들은 한 번의 레벨업을 할 수 있었고, 그 반에서도 아주 즐겁게 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학원을 다닌 지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아이들이 수업이 좀 쉽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기 시작했고 재미없다고 말했다.

집에서 직독직해를 따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관계대명사가 어떻게 쓰이는 것까지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학원 교재는 내가 보기에도 아이들이 참 재미없고 쉽다고 생각하겠다 싶어 영어학원 원장님한테 레벨업 요청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No!

그리고 직독직해는 5학년 2학기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왜냐하면 직독직해를 일찍 시작하다 보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센스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 이 학원은 내가 추구하는 영어 교육 방식이랑 너무 다르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학원을 다닌 지 1년 4개월 만에 그만두고 집에서 영어 학습을 시작하였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 회사에 취직을 잘하기 위해서?

모두 다 맞는 말 일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이유는 영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원어민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 목표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당연히 좋은 시험 점수라는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중학교 내신이나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교육을 시키는 것, 그것이 중심이 되어 깊이 있는 영어 학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서 아이들은 원어민 혹은 영어권 나라에서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외웠던 단어, 숙어, 구문들만 사용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계 대기업을 다니는 지인에게서 본인 회사의 몇몇 사람들이 미국 본사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으나 어느 정도의 직급 이상으로는 승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문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인데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배운 영어로는 그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를 반영하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지 않나 싶다.

'I eat 장어'가 왜 원어민한테는 놀랄 일이 될 수 있는지 모르면 대화에 어우러지기 힘들다.

'I have eaten 장어'가 단순히 현재완료라고만 외우면 말하는 사람이 뭘 의도하고 이야기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want to eat'에서 왜 'want to'가 짝이 아니라 'to eat'이 짝이 되어야 하는지, at과 in이 어떤 시선에서 쓰이는지 알지 못하면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가 없다.

예수님은 'I never said you could, I said you would'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왜 could가 쓰이고 would가 쓰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 문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일은, 학원 원장님이 미국 시민권 자였다는 것.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서는 한국 영어 교육방식을 따르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미국 시민권자인 사람도 문제 읽는 센스를 언급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얼마 전에 홈스쿨링하느라 24시간 붙어있는 이노무쉬키들 때문에 너무 열이 받아서 '아 몰라!!! 나 일이나 할래!!!!' 하고 구직 사이트를 들어간 적이 있다. 

영어 학원 강사를 모집하는데 모집 조건이 '경력 무관, 학력 무관'.... 

그냥 나 같은 사람도 영어 학원 강사가 될 수 있고(아니면 내가 더 나을지도.....) 단어만 좀 많이 알거나, 아니면 단어를 모르더라고 수업 전에 미리 한번 보는 것으로 아이들 지도가 가능할 수 있다면 모두 학원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저~기 학군 좋은 갱남이나 대치동 학원 강사들은 레벨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동네에는 아직까지 그런 훌륭한 강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회의 끝에 학원을 그만두고 인강을 통해서 영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같이 공부하며 아이들의 영어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내가 영어를 막 잘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들도 이번에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극소수의 것을 잘난 척하며 쓴 것일 뿐 ㅋㅋㅋㅋㅋㅋ

나도 영어 드럽게 못했다. 수능에서 영어 때문에 대학 못 갈 뻔.... ;;;;

어쩌다 회사에서 해외 사업부를 맡게 되었고 울면서 배운 비지니스 영어, 아니 생존 영어로 겨우겨우 가까스로 외국계 회사까지 진출하게 되었는데 항상 내 영어는 불안하고, 긴장되고, 뭔가 많이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낳으면서 가정주부로 영어에 a도 접하지 않은 세월이 10년 이상....

지금도 영어가 어렵다. 자신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학원 보는 게 수는 아니고 학원 교육 방식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것을 안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입에 불을 뿜고 칼춤을 추더라도 지금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뿐이다.

단점이 있긴 하다.

집에서 인강으로만 듣는 공부를 하다 보니 내 수준이, 아이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각종 영어 공인 시험들을 찾아서 응시해 볼 예정이다.

나도 같이 시험을 보면서 아이들이 나의 점수를 뛰어넘는 그 순간, 나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공부를 맡기고 벗어날 예정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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