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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홈스쿨링/홈스쿨링 교육 정보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한다는 거짓말

by 글루코사 민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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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아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기도했던 것은 '건강하게 잘 먹고 놀고 자자'였다.

취학 이전 아이들을 키원던 가장 큰 신념은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 한다'였다.

취학 이후 아이들을 향해 당당하게 생각했던 것은 '초등학교까지는 놀아야 하지 않겠니? 였다.

많은 교양 프로그램과 육아서, 미디어에 나와 이야기하는 박사님들은 말한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고.

그래서 팽팽 놀았다.

매일같이 놀았다.

방학 때는 자기 직전까지 놀았다.

정말 최선을 다해 놀았다.

진심을 다해 개처럼.... 놀았다.

 

하도 놀아서 체력은 점점 좋아지고, 그로 인해 우리 집 아이들과 하루종일 같이 놀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아파서 앓아누웠다.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레시가드를 입고 놀이터에서 그 비를 맞으며 놀았다고 하면 어느 정도였는지 감이 잡히려나?

그렇게 제대로 놀고 나면 놀던 힘과 놀 때의 집중력으로 엉덩이 힘이 길러지고 공부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ㅅㅂ..........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 한다는 그 말은 할 건 하고 놀아야 한다는 뜻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 한다고 말하는 교양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 그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야기하고 육아서등을 쓰는 박사님들의 육아 환경은 태초부터 달랐던 것이다. 

논다는 것 자체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그것이었던 것이다.

하.... ㅅㅂ..........

속았어. 

아니야 내가 너무 무식했어. ㅠㅠ

뭐든지 학습이랑 연관될 것 같으면 그냥 다 공부 같았고, 이런 공부는 아이들이 아직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로 인해서 그저 노는 아이들로 자란 것이었다.

노는 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이들로 자란 것이었다.

'야~ 11년을 그렇게 놀았으면 많이 놀았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인생을 바쳐서 놀았던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시간표에 맞춰 과목별로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었는데, 학습지를 풀고 단어 공부를 하며 어디에 자랑할만한 좋은 결과를 내라는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마치 누가 그러라고 한거마냥 아이들의 공부라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부라는 것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시점부터 아이들과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

학습에 대한 호기심이 전무한 상태인 아이들은 엉덩이 힘이 전혀 길러지지 않았고, 연필 잡는 습관부터 노트에 무언가를 쓰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전쟁을 치러 가며 도장 깨기를 해야 했었다.

게다가 같은 나이의 두 여자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신경전, 이게 또 사람을 잡는다.

또한 너무나도 다른 성향과 그들만이 추구하는 스타일 등등 모든 것들이 걸려서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하여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엄마인 나는 얼마나 칼춤을 추며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애들을 잡았는지 모른다.

이 방법을 써보기도 하고 저 방법을 써보기도 했지만 자꾸 어긋나는 무언가가 있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처절하게 공부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많다.

집 구조만 해도 몇 번을 바꿨는지.... ㅠㅠ

 

'공부'라는 단어는 거부감부터 생기고 도망가고 싶은 단어가 맞긴 하다.

하지만 이건 공부에 대해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분유를 먹다가 이유식을 먹고 밥을 먹는 순간도, 누워만 있다가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게 되는 그 순간도, 짐승처럼 울부짖기만 하다가 단어를 말하고 문장을 말하고 유창하게 말을 하게 되는 것도 모두 공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어떻게 하면 그네를 높게 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미끄럼틀을 더 재미있게 탈 수 있는지, 하물며 개미가 드글거리는 개미집을 파 보는 것도 다 나름의 공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었던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종이를 펴 놓고 ㄱ부터 ㅎ까지, 1부터 100까지 써 놓고 재미없게 숫자와 한글을 억지로 익히는 것이 아닌, 

길에 다니면서 세워져 있는 차들을 보며 숫자를 익힐 수 있는 것이고, 상가에 있는 가게들의 간판을 읽으면서 한글을 익히는 것 또한 공부가 될 수 있었고,

과자를 먹으면서도 덧셈 뺄셈을 알 수 있는 것이고, 피자를 먹으면서 분수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무작정 논다고 그 놀던 힘으로 공부를 할 원동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앉아서 글자, 문자, 숫자, 기호, 부호 등을 볼 수 있는 힘을 어렸을 때부터 길러줘야 초등 고학년이 되어 정말 공부라는 것을 시작할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가 덜 힘들어한다는 것을......

쭉 놀다가 공부를 시작한 3학년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아주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힘들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할 때 되면 다 해' '할 놈은 다 해' '나도 고등학교 때 정신 차리고 빡시게 해서 다 대학 갔어' '이런 말들은 30년 전 국민학교를 다니던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현재를 사는 아이들에게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겪어본 아이들이고,

부작용을 나을 정도로 미디어가 발달되고 그것을 하루종일 끼고 살 수도 있는 아이들이며,

로봇이 서빙을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고,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를 직접적으로 겪어나가야 하는 아이들이다.

내가 청소년이던 시절과는 너무나도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로서 해줘야 하는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영어로 수학과 과학을 이야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더운 데서 덥게, 추운 데서 춥게, 위험한 데서 위험하게 일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며, 그나마도 버는 돈이 많지 않을 미래라고 한다.

정말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돈 벌 방법은 많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고.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그 누군가도 그 분야에서는 최선을 다해 공부를 했을 것이고, 40년을 넘게 살아온 나로서도 공감할 수 없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이 말을 요즘을 살아가고 미래를 겪어야 하는 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인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아이들이라고 놀면서만 자랄 수는 없다.

나이가 찬다고 모든 방법들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능력들이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라는 것을 어찌 보면 많이 늦은 시기에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만큼 더 차곡차곡 쌓아갈 계획이다.

참 많이 고되고 어렵고 힘든 나날들이지만 한번 해 볼란다!! 라는 생각으로 넘어지면 일어나고, 버럭 하면 사과하면서 같이 공부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외롭거나 억울하지 않게, 입으로만 공부하라고 외치지 않고 내가 먼저 알아보고 알려주면 좀 더 나은 환경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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