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 격차의 실태와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살펴보고, 교육 격차 해소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관심이 많은 분야인 만큼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시청하고 있다.
1부에 대한 내용은 ↓
https://saga18700.tistory.com/49
그 두 번째 이야기는 필요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자퇴기(記)'였다.
다른 이유이지만 초등학생의 신분에서 나름 '자퇴'라는 것을 해서 학교 밖 교육을 받고 있는 우리 집 상황에서는 매우 관심이 가는 주제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자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한 아이는 내신에서 한 번만 삐끗해도 무너지는 학교는 그저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곳이라고 여겨져 정시에 집중하기 위해 자발적 자퇴를 선택하였다.
반면 선행학습을 하지 못해 다른 친구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 자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아이도 있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경험한 격차로 하여금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아니면 그 격차 자체는 아무리 노력해서 따라 잡히지 않았던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을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그저 입시를 위해 다니는 그런 곳이었을까?
맞다.
자퇴를 선택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는 시간낭비가 되는 곳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신은 학년마다 정해진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들 열심히 하니까 내신성적을 올리기는 힘들고,
한번 망하면 수시의 문은 닫혀버리는 듯하여 차라리 정시에 집중을 하겠다는 것, 이게 방송에 나온 아이들의 선택이었다.
수능 보는 자퇴생을 점점 증가하고 있고,
명문대의 자퇴생 출신 신입생 비율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학교라는 곳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이 아이들의 자퇴의 이유가 모두 달랐지만, 자퇴 이후의 공부 환경도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재수종합학원, 기숙사학원, 독학재수학원 등등 뭔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학원에 한 달에 수십만 원 혹은 수백만 원의 돈을 내가며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혼자서 어떤 것을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인터넷과 각종 교재들을 이용해서 힘겹게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에서 다양한 격차를 견디지 못해 자퇴라는 선택을 했던 아이들의 앞에 또 다른 격차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라는 곳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곳일까?
'일정한 목적·교육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공리적인 목적으로 전문직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이자 기구'
학교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나오는 정의들이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보면서 학교라는 곳의 일정한 목적과 공리적인 목적은 그저 입시뿐인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입시를 위해 얻어내야만 하는 내신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좌절을 해버리고 학교 자체, 학교 교육 자체가 사실상 자기의 진로에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학교 자체가 이미 '입시를 위해 거쳐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사회에서 이미 그렇게 공론화되었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애들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계속 끊임없이 주입한다, 공교육 붕괴의 핵심이라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의 말이 안타깝게 들려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직 12살이다.
대학이라는 곳에 대한 고민도 나름 시작하였다.
대학을 꼭 가야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으며 그걸 위해서는 대학이라는 곳이 필요한 곳인지 아닌 곳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교육격차 1부에서 윤여정 씨가 이야기했듯,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학을 가야 하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그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작업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연 아이들에게 중학교나 고등학교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고 학교라는 곳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이 아침 8시부터 오후 3~4시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굉장한 인생의 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면에 선생님과 반 친구들과 보냈던 그런 학교에 대한 추억이 때로는 굉장히 소중하겠구나 싶기도 하다가,
내 학교 인생 통틀어서 기억나는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경험들이 얼마나 많았나 싶다.
학교에서 정보를 얻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필요하다면 대학 진학과 진로 선택을 위한 기반을 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어차피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고 따로 또 공부해야 하면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모든 몇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리 갔다리 한다.... ;;;;;;;
물론 학교를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다니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보다 견뎌내야 하는 피곤함이 더 큰 아이들이 많다면 그건 제도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모두가 똑같이, 평등한 상황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불평등과 격차를 야기 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피할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떠밀리듯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아이들이 적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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