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프로그램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3부 인서울이 뭐길래

by 글루코사 민 2023. 4. 29.
반응형

아이들이 공부라는 것을 시작하던 3학년 무렵, '결국엔 서울에 가서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지방은, 심지어 경기도 조차도 절대 No!라고 외치는 지인이 큰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에, 그것도 되도록이면 강남권에 집을 사고 뿌리를 내리는 것을 보면 인서울에 대한 고민이나 열망은 누구나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게 아이들의 교육과 연결이 된다면 더더욱 깊어지는 고민이 될 수도 있을터....

이번 방송에서는 지역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교육 격차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어떠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1부에 대한 이야기는 ↓

https://saga18700.tistory.com/49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1부 격차의 조건

요즘 아이들의 공부와 미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며 고민을 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앞에 직면해 있는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saga18700.tistory.com

2부에 대한 이야기는 ↓

https://saga18700.tistory.com/50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2부 나의 자퇴기(記)

대한민국 교육 격차의 실태와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살펴보고, 교육 격차 해소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교육격차. 관심이 많은 분야인 만큼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시청하고 있다. 1부에 대한 내

saga18700.tistory.com

 

 

그리고 그 세 번째 이야기, 인서울이 뭐길래.

지방에 사는 아이들은 주말마다 혹은 방학 때마다 서울로 올라와 엄격한 합숙 생활을 한다.

외출 금지, 외부와의 연락 차단, 핸드폰과 태블릿 불가, 

이러한 팍팍한 일정 속에서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대학입시를 위한 서울의 교육.

대치동 입시학원에서는 때마다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려서 이런 합숙 생활을 포함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고 학원 강사들은 집에도 못 가고 보호자이자 감독관이 되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벽 2시에 아이들이 잠들기 시작하면 복도 의자에서 쪽잠을 자며 잠을 보충하였고,

혹시 탈이 난 아이들이 생길까 싶어 각종 비상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몰래 들여왔을까 봐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하여 엄격하게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아침 5시 30분, 객실마다 찾아가는 모닝콜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6시에 호텔에서 출발하여 멀지 않은 강남의 학원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아이들은 학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런 합숙 생활을 강행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피곤하고 지친 기색보다는 오히려 의자와 열정이 가득해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교육 특구'라고 하는 곳에 살지 못하는 지방의 아이들은 그곳만의 정보와 학습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갈증을 느끼고 그로 인한 학업 성적의 격차가 생길 것 같아 두려워한다. 

그래서 지역에서 오는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자 주말이나 방학에는 서울로 올라와 호텔에서 먹고 자며 교육 특구의 입시 교육을 위해 애쓰는 것이다.

지역 차이에서 오늘 격차에 불안해하던 아이들이 하나의 돌파구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서 서울 합숙 생활을 할 수 있는 지방 아이들은 소수일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태초부터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

이게 1부 격차의 조건에서 말하고 싶었던 거였다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서울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부산에서도 두드러졌다는 것.

부산은 대한민국의 제2의 수도라고 불린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임시정부였던 부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벗어나 인서울 하기 위한 젊은이들은 매년 1만 명에 육박하고, 이미 2021년 전국 7개 대도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현재 부산을 '노인과 바다'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나의 입시 준비 시절에도 부산대는 서열 높은 명문대였으나 지금은 '왜 지방대를 가?'라고 말할 만큼 그 지위가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입시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와 일자리가 수도권에, 서울에 모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에 좋은 일자리가 있었다면 굳이 서울로 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도 이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한국 고용 정보원에서 발간된 '지방 소멸 위험 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3년 2월 기준 소멸 위험 시군구는 118곳으로 전체 228개 시군구의 약 52% 수준까지 확대되었다고 나온다.

지방 소멸 위험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수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정의되는데, 소멸위험 지수 값이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지역'으로 구분되며, 이중 0.2~0.5 미만은 소멸 위험 진입 단계로,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단계로 각각 구분된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소멸위험지역으로 신규 진입한 시군구는 경북 포항시, 대구 남구, 부산 금정구·사하구·남구 등 인구 50만의 산업도시와 대도시 도심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소멸 위험 지역 비중이 43.8%나 된다.

20~39세의 여성 인구수가 줄어들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지역 자체의 인구가 줄어들면 일자리도 줄어들고,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들 또한 다시 그 지역을 벗어나고, 학업이나 취업으로 인해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비고령 청소년 인구의 유출도 큰 요인이 되는... 악순환인 것이다.

결국 지역 산업과 인구구성이 중요한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의 일자리 기회까지 줄어들고 있으니,

어쩌면 인서울은 젊은이들에게 당연한 수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서울이 아닌 곳에서, 수도권이지만 수도권인 듯 수도권이 아닌 수도권에서 거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키지만 아이들에게는 항상 '너희들의 나와바리가 이곳이 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주말에 되도록이면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서울로 나간다.

서울에서 평생을 지낸 나와 달리 아이들은 부모의 선택에 따라 이곳에 와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선택지를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핫플레이스와 맛집들을 다니는 건 전혀 아니더라도 많은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서울임은 분명하다.

돈이 많아도 복잡해서 서울에는 살기 싫어!!라고 말하는 우리 부부조차도 아이들의 주 활동지는 서울이 되었으면 좋겠으면서도, 

그 치열하고 복잡하게 엉겨있는 서울만이 답이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방송에서 보인 이 그림,

하지만 더 빽빽하고 갑갑하고 치열한 현실. 

추후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직업을 갖고 무슨 일을 하면서 어느 지역에 정착할지는 아이들의 몫이다.

아이들의 떠밀리지 않는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이러한 지역 격차가 개선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나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행해지는 것들 속에서 가로막고 있을 수많은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겠지만 타당하고 정당한 반대도 있을 터.

이러한 불편의 목소리를 감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소중한 선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할 건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나도 그 반대의 중심에 있다면... 나의 불편한 목소리를 낮추고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이런 사회적 문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어렵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