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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프로그램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5부 스포일러

by 글루코사 민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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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스포일러 : 당신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무슨 게임일까.

큰 벽 앞에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문이 있고 그 문 위에는 질문이 쓰여 있다.

'당신은 학창 시절 선행학습을 하셨습니까.'

'나는 경쟁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못해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가정에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직업과 관련된 목표가 달라졌을 것이다.'

'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교육 시스템을 자녀가 그대로 경험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다양한 질문에 본인이 생각하는 대답이 쓰여 있는 문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다.

5개국 20대 청년 2,800명에게 이런 질문들을 바탕으로 '교육 격차와 공정성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고, 서로 다른 사회 경제와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온 20대 청년들이 교육격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참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학창 시절 공부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못하면 존중받을 수 없다는 답변들.

선행학습에, 입시에, 대학에 거의 목숨을 걸 정도로 매달려서 살아가는 10대들과 청년들에게 과연 미래는 밝을 것인가.

 

OECD 회원 37개국 중 한국 평균 학업 성취도 수준이 높은 순위에 들어있고 (읽기 5위, 수학 2위, 과학 4위),

주 40시간 이상 학습하는 학생의 비율이 72.2%로 1위에 올라가 있고,

이렇게 인생에서 중요한 공부를 하느라 초등학교부터 처절할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 삶 만족도는 OECD 회원 37개국 중 최하위권 (34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사실 하루 이틀 들은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은'이라는 질문에는 신기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이른바 명문대를 다니고 있는 청년들의 대답은 '노력'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의 대답은 '환경'

사실 나도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이라고 대답한 청년들의 이야기에는 반박하고 싶었다.

물론 한 청년의 말처럼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재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선 사람도 있고,

선택할 수 없었던 환경에 처해져서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하고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결국 '환경'보다는 '노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더 심하게 따져 들고 싶기도 하지만 '그 노력이 자신만의 노력이었을까'라고 말하는 한 청년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고, 나만이 바꿀 수 있는 성격·노력·재능이 성공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독일, 일본, 덴마크, 미국 청년과는 달리,

 

재능, 부모의 재력, 외모 순으로 성공의 요건이 된다고 말하는 한국의 결과는 씁쓸하기만 했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질문에는 나도 '예'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임금을 더 받아야 한다'라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피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환경에 의해서 비정규직의 위치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것 자체를 좀 이해 못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10년 근속자와 정규직 2년 근속자 중,

과연 누가 더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임금이 높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 답이 나오는 문제 아닐까?

 

어느 날 아파트 게시판에 아파트 입주민 대표 회장을 뽑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학력을 쓰라는 항목이 나왔다.

도대체 왜 아파트 입주민 대표로서, 그 대표들의 회장으로서 아파트를 관리하는데 힘쓰는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오고 못 나오고 가 중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학력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노력에 대한 대가가 너무 길다'라는 한 청년의 말은 정곡을 찌른 게 아닐까 싶다.

 

노력과 성과를 불문하고 큰 차등 없이 너도 나도 다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은 사회주의, 공산주의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웃긴 것은 이러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 무리에서 조차도 윗 계급 혹은 기득권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축척하면서 그 모든것들이 대물림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에 대한 보상은 분명히 이뤄져야 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게 맞다.

그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성과를 이루고 결과를 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10대와 청년들이 많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왜 밝지 않은 것인가.

왜 점점 퇴화하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교육 시스템을 자녀가 그대로 경험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출연한 청년들 만장일치로 '아니요'라고 대답한 걸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을 내 아이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걸 보면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사회의 신뢰, 포용, 통합에 끼치는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가장 많이 답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닐까.

 

아이들을 낳으면 부모인 나도 그 자체로 그저 행복하고 아이들도 그때그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토록 힘든 고민과 선택들이 줄줄이 비엔나가 산 넘고 또 산을 넘는 것이었다.

그 힘듦의 시작은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없어도,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것에 대한 선택과, 선택에 대한 노력과, 노력에 대한 성과의 대가는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나의 삶을 꾸려나가고 남 탓, 사회 탓, 제도 탓, 나라탓 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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