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일단 잔소리 많이 하고 화가 많은 엄마겠고,
몸띵이가 비루하고 자주 아픈 엄마겠고,
돈은 소중한 거라며 뭐 잘 안 사주는 엄마겠고,
근데 왜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냐고 자문할 때 좋은 이야기들이 안 떠오르지?
그만큼 나 스스로 아이들에게 자신이 없는 걸까?
매 순간 자책하며 미안하기만 한걸 반영하는 걸까?
아, 어제 '엄마가 만드는 김치랑 나물 반찬 맛있어요'라고는 했다. ㅎㅎㅎㅎㅎ
홈스쿨링을 하면서 24시간 붙어있다 보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그만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
나와 아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가...
어떠한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서 너의 생각도 나의 생각도, 너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서로의 삶을 그 삶 자체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는 관계.
그냥 편안한 엄마, 편안한 관계.
그러다 때론 서로 그리워지고 애틋해지면 그 마음 맘껏 표현하고 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관계.
그게 내가 원하는 아이들과의 관계이며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만약 신랑이랑 싸운다면 '너네 아빠 왜 이런다니!'라고 말하면서도 '사람이 생각이 안 맞으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에효~ 아빠랑 대화 좀 더 나눠봐야겠다'라고 쿨하게 말하고 쿨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는 신랑과의 문제는 신랑 하고만 풀어나가는 그런 엄마,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도 '아빠~ 엄마랑 싸웠어요? 왜요? 에이~ 이건 아빠가 잘못했네~ 이건 엄마가 좀 잘못한 거 같은데?'라고 편하게 중재할 수 있는... 부모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가벼웠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의 문제가 아이들이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아이들의 삶만으로도 벅차고 감당하기 힘들고 겪어나가야 하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혹은 처절하게 그 산을 넘어가야 할 수도 있으니까, 부모만큼은 본인들의 짐을 아이들의 어깨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신랑이랑도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산다.
왜 우리 부부라고 안 싸웠겠나.
치열한 전쟁통 속에서 꽃핀 관계랄까. ㅋㅋㅋㅋㅋㅋ
그저 이렇게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 더 인정하고 더 이해하고 더 감사하고 더 노력하려고 할 뿐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에게 부모의 짐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도 힘들어. 그래도 이건 내 삶이잖아. 아이들의 것이 아니잖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내 삶의 무게를 전가하려고, 짐꾼으로 쓰려고 이 이쁜 것들을... 말 안 듣는 것들을... ㅋㅋㅋㅋ 낳은 게 아니잖아.'
그러다가 아이들의 삶이 쌓여가고 연륜이 쌓아가서 '엄마의 이런 점을 고치는 게 좋겠어요'라고 했을 때,
변명과 핑계가 먼저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산다.
'그래, 너희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수 있겠구나.'
나는 나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쉬는 시간인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엄마를 어떻게 생각해? '엄마는 이래이래요~'라고 표현해 봐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는 항상 추워요'
'엄마는 의사가 꿈이었지만 환자가 되었어요'
야 이노무쉬키들아!! 좋은 건 없냐!!??
'엄마는 밥을 잘해줘요'
'음..... 생각 좀 해보게요 크하하'
에효...
물어 뭐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 누가 10대 사춘기 시절 엄마가 우리 엄마 느므 좋아요~~ 하겠나.
20대에는 사회생활 하느라, 연애하느라 바빠서 우리 엄마 최고예요~~ 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나서 그때서야 엄마가 좀 이해가 되기도 하는 정도?
하지만 그것도 여자니까 같은 여자로서, 부모니까 부모가 된 입장으로서 이해되는 정도.
애들이 힘들게 할 때 생각나는...?
배은망덕한 호랑말코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선택한 남편, 내가 선택해서 낳은 아이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모든 것들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 나가야 한다.
반면,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들에게만 주어진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어깨를 줘야 하는 것이지 부모의 것까지 감당하게끔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의 삶의 무게 위해 얹어지는 엄마의 짐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짐은,
나이 40이 넘어서도, 나이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너무 무겁고 힘들 뿐이다.
그나저나,
이참에 아이들한테 엄마의 좋은 점 10개씩 써 오라고 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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