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8일 금요일,
우리 집의 미성년 반려인 두 명은 학교를 끊었다.
학원을 끊고, 운동을 끊고, 담배를 끊고, 술을 끊고 등드르등등 많은 것들을 '끊는다'라고 표현하는데,
'학교'라는 이 간단한 두 글자를 '끊는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근데 그걸 했다.
학.교.를.끊.었.다.
4학년에 시작한 홈스쿨링이 벌서 1년 하고도 10일이 지났다.
시간 정말 겁나 빨리 간다.
블로그에 글을 쓴 지도 한 달 하고도 9일이 되었으니,
어휴...
먹는 것은 세월이요, 늘어가는 것은 주름이요, 없어지는 것은 무릎 연골일지어니 ㅠㅠ
홈스쿨링으로 지난 1년을 보내고,
그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나와 아이들이 과연 이전보다 나아졌는가 하는 물음에는 항상 시원한 답을 낼 수가 없다.
음....
나의 분노 게이지와 아이들의 사춘기 지수가 급격히 올라간 정도....?
아놔, 왜 영어 AR 지수는 못 올리고 이 딴 것만 올리고 앉았냐고요 ;;;;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한국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세상은 넓고, 앞서가는 사람들은 많고,
생존하기 위해 해내야 하는,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더더욱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마음이 조급하고 겁도 나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학교도 학원도 다니지 않고 오로지 집에서만 학습하는 아이들은 시험과 경쟁이라는 구도를 접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도 '이 정도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대한민국 초딩답게 그저 아이돌이 좋고, 놀고만 싶어 하고,
유튜브가 좋고 엄마 잔소리는 싫고 ㅋㅋㅋㅋ
엄마의 조급함과 아이들의 안일함 그 중간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분노도 해보고, 천사 같은 목소리도 내보고, 보상을 걸어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본 1년이었다.
1년 정도 되면 모든 면에서 가닥이 잡혀서 블로그에 '이렇게 했어요~ 저렇게 했어요~'하면서 항목별로 잘난 척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젠장, 택도 아리마셍이다!!!!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없다지만,
솔직히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뤄낸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감도 밀려왔던.... ㅎㅎㅎ
그리고 일단 하루 세끼, 이 삼식이 새끼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학습까지 집에서 봐줘야 한다니.
이 말만 한 사춘기 초딩들과 24시간 붙어있어야 한다니!!
누군가가 '홈스쿨링 힘들지?'라고 물으면 '할만해~'라고 겸손 떨며 대답할 여유 따위는 절대 없는,
이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님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보낸다는 생각은 1도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쿨링을 선택했던 것이 우리 가족의 인생에, 아이들의 인생에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비록 아이들한테는 '너네 이렇게 하려면 그냥 학교가!!!!!'라고 협박을 하긴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결코 짧지 않은 1년이지만,
무언가를 이루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1년,
그리고 더 빡센 고생길이, 어쩌면 꽃길이 펼쳐질 앞으로의 많은 시간,
우리 가족의 모든 순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이 차곡차곡 쌓아져 가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믿는다.
이제 아이들은 더더욱 사춘기 지수가 올라갈 테고 해야 할 공부들은 많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 지지 않는다!)
그럴수록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로! (눈에서 칼이 나올 것 같고 입을 열면 불이 나온다!)
그럴수록 어미인 내가 더 모범을 보이며! (절로 욕이 나오고 짜증의 아우라가 주변을 감싼다!)
아 ㅅㅂ.... 어렵다 ㅠㅠ
그래도 어찌저찌 또 해볼란다!!!!
항상 머릿속에 그리며 기도하고 잘될 수밖에 없다고 확언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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