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태어나고 135개월이 지나는 시간 동안 이래저래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시선도 받아보고, 억울한 상황도 겪어보고, 그에 못지않게 많이도 웃었던 날들.
지나온 모든 순간순간 나름의 최선을 선택을 하면서
그 선택에 대한 만족을 하기도 하고, 때론 내가 왜 그랬지 하며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다 잘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선택'에 대한 '후회'를 별로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럴 수도.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다 잘했다고 할 수 있고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나.
아쉬운 부분도 굉장히 많지만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으며 '엄마가 미안해!!!'라고 할만한 것들을 크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건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정말 잘한 거였어!'라고 잘난 척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사춘기 접어든 아이들이 꼴 보기 싫고, 공부도 디지게 안 할라고 하고,
대체 이 아이들은 뭐 하는 쉐끼들이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분노가 올라와 입에 칼을 물고 불을 뿜으려 할 때,
그래, 그래도 이건 우리 아이들이 훌륭하잖아?라고 생각할 만한 것들을 떠올려보면 분노가 사그라들기도 하니까 말이다.
식사예절.
밥상머리에서 티비, 핸드폰 보는 것은 절대 금지.
우리 집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밥 먹고 나면 자기 그릇은 스스로 치우고,
냉장고에 넣을 반찬 정리와 식탁 닦기는 아이들이 분담하여 처리하고 있다.
(물론 하라고 해야 할 때도 많다)
스마트폰.
3학년 때 처음 사준 노키아 똑딱이폰, 그리고 지금의 아이폰까지.
주변 아이들에 비해서는 매우 늦게 사준 편이기도 하고,
스크린 타임을 좀 타이트하게 설정해 놔서 상당히 제약이 많은 사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설치 불가, 기타 앱 설치 불가, 유튜브 사용 제한, 저녁 9시부터 다운타임 등드르등등)
많은 불평도 없고, 나름 행복해하며 즐겁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존댓말
부모를 포함 모든 어른들에게는 존댓말을 쓴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 이모들 모두에게 높여서 말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요즘 시대에 부모 자식 간에 너무 거리감 있는 거 아니냐고.
Nope!! 전혀~
오히려 더 많은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고,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삼촌들과의 관계도 너무나 끈끈하다.
대화
아이들에게 '얘들아~ 이리 와봐, 엄마가 할 말이 좀 있어' 혹은 '엄마와 대화를 좀 나눌까?'라고 말하면
'네~' 하고 바로 내 옆에 와서 앉던가 식탁에 옹기 종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듣고 있는 그 머릿속은 욕으로 가득 차 있거나 아니면 블랙홀에 빠져든 것처럼 멍하니 있을 수 있겠지만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신경질적인 표정과 말투로 귀찮다는 듯이 '왜요?'라고 하지 않는다.
싸가지 없이 그랬다가는 엄마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 그러는 걸지도 ㅋㅋㅋㅋㅋㅋ
공중도덕
신호등 지키기, 신호등 지키기, 횡단보도에서 킥보드 타지 않기,
꽃 꺾지 않기, 차례대로 줄 서기 등드르등등
이건 당연히 해야 하기 때문에 잘한 거라고 말할 것도 없는데 요즘 워낙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써본다.
이거 말고도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까 생각이 안 나네? (더 없는 건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가끔 (아니 자주...) 아이들한테 버럭 화를 내고 분노를 뿜어내고 나면 마음이 너무 안 좋다.
모든 엄마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전히 부글부글 끓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이럴 일인가 싶기도 하면서,
그래도 애들이 너무 했잖아!라고 생각하다가도 누가 나한테 이렇게 화내고 분노하면 내 맘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다중이가 따로 없......
그러다가 위에 쓴 '잘한 일'을 생각해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전에, 삭히지 못한 내 분노를 남편한테 대부분 푸는 것은 안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 험한 세상에 건강하게 자라주는 게 어디냐,
그래, 그래도 아직 엄마 무서운 줄 알고 부모 존중할 줄 아는 게 어디냐,
그래, 또래 다른 애들 보면 더하던데 이만큼이라도 잘 커주는 게 어디냐,
그래, 주변 어른들이 다 이뻐하고 예의 바르다 하고, 야무지다고 하는데 그게 최고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감사함이 내 머리와 마음속에 한가득 차 올랐다.
이렇게나 감사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더냐!
허나, 이건 분명히 몇 분 가지 않아서 싹 사라질 감정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언제 이렇게 감사함으로 가득 찬 인자한 어머니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또 아이들에게 도끼눈을 뜨고 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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