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의 절차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
https://saga18700.tistory.com/38
만 8개월의 시간 동안, 사실 긴 시간은 아닌데...
홈스쿨링 어때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현시점에서 나의 대답은 이거다.
'힘들어요'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판단하여 사춘기에 접어들려고 하는 아이들을 교육적인 면까지도 이끌어간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부터 든다.
나도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인간인데 질풍노도의 시기를 코앞에 두고 이 선을 넘으려고 요이땅 하고 있는 아이들과 24시간 붙어있으면서 매일을 보내야 한다니... 이건 뭐 Welcome to hell ㅋㅋㅋㅋ
홈스쿨링은 햇살이 쏟아지는 넓은 창 아래에서 아이들과 함께 너른 시간을 이용해서 한가로이 독서를 하며 우아한 하루를 보내는 핑크빛 일상이 절대로 아니다!!!
차라리 학교 보내고, 학원 돌리고, 학습지 시키고, 티브이 보다가 잠드는 그런 하루가 훨씬 더 마음도 몸도 편안한 하루일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만족하는 부분이 있고 장점이라고 확신할 것들이 있기에 장점과 단점을 나눠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경험이다)
홈스쿨링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1. 내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원하는 방향의 맞춤형 교육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아이의 학습 현주소가 어디쯤인지 확인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학습을 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정확하게 어디에 서있는지 알기 쉽지 않고 그저 남들이 하는 데로 따라갈 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오는 성적표에서 보이는 평가들이 곧 아이들의 학습 현주소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 맞는 수준과 방향으로, 그리고 나와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2. 틀에 박히고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있고 주어진 재능이 다르다. 하지만 학교 교육은 보편교육이고 획일화된 교육이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일주일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몇 시간씩, 체육, 음악, 미술 몇 시간씩 꼭 채워야 하는 시수가 있고, 아이들은 원하지 않아도 재능이 없어도 다른 것을 더 원해도 꼭 학교의 시간표대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홈스쿨링은 원하는 과목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과목을 정해서 원하는 시간 동안 공부할 수 있다.
3.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고 시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학교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 9시, 하교시간 2~3시, 그리고 학원, 숙제, 티비 혹은 핸드폰, 취침.
많은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시간표이다. 그 안에서 위에서 말한 획일화된 학교의 시수와 일정대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홈스쿨링에서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때로는 도서관 가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원하는 장소에서 공부를 할 수 있으며, 가보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
3월 2일부터 새 학기가 시작하여 등교해야 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꽃피는 춘삼월에 마음대로 방학을 정할 수 있고, 수학여행 시즌을 피해 문화유산 답사를 할 수 있으며, 소풍 시즌을 피해 사람 없는 평일에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를 놀러 갈 수도 있다.
4. 또래집단으로부터 배우는 나쁜 행동이나 사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
다른 글에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듯이,
https://saga18700.tistory.com/37
미디어를 통해 많은 것을 접하고 몸과 마음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요즘 아이들은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위가 높은 나쁜 행동이나 말을 하며 생각 또한 무서울 정도로 변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性)적인 부분에서도 무분별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호기심으로 왜곡된 생각을 키워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나와 우리 아이들만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학교가, 모든 아이들이 그런다는 것도 절대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일 수 있고, 반면에 눈에 띌 정도로 바르고 맑고 인성이 좋은 아이들과 집단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고기도 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최대한 나쁜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보호되는 아이보다, 계속 노출되어 있는 순진한 아이가 더 빨리 그리고 깊이 물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만큼 학교를 보낼 때도 제일 많이 신경을 쓰고 아이들에게도 너희들부터 잘해야 한다고 수없이 이야기했던 것들이 이런 문제였다.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러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옳지 않은 것은 접하지 않고, 저런 나쁜 행동들은 이상한 게 분명한 것이니 따라 하거나 배우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끔, 그러한 환경을 최대한으로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런 제대로 된 생각을 뿌리 깊게 내리게 되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극도의 사춘기가 오더라도,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정확히 판단하여 행동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으리라 믿기에...
그렇다면 홈스쿨링의 단점은?
1. 홈스쿨링에 대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홈스쿨링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번은 아이들이 오전에 둘만 산책을 나갔는데 손녀를 데리고 나온 할아버지 한분이 왜 학교를 안 가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홈스쿨링한다고 대답을 했더니 '저런 나쁜 애들 옆에는 가면 안돼'라고 말하며 손녀를 본인 쪽으로 끌어당기더란다.
참나, 홈스쿨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던 시기였는데 이런 그지 같은 꼴을 당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수없이 이야기했다.
'너희들이 홈스쿨링을 한다고 하면 '훌륭하다, 멋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많은 사람들이 '너 뭔 사고 쳤냐? 사회성이 부족하냐?' 등등의 안 좋은 말들을 많은 할 거야. 그런데 우리는 그런 시선에서 당당해야 해. 너희는 너희가 나쁜 행동을 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해서 학교를 그만둔 것이 아니고 운 나쁘게 나쁜 선생님과 나쁜 아이들을 딱 그때 한꺼번에 만나서 더 힘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거야"
2. 단체, 집단생활에 취약해질 수 있고 또래집단에서의 교류가 부족해 사회성이 부족할 수 있다.
홈스쿨링을 시작했을 때 가족을 포함한 절친 대부분이 사회성을 걱정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단생활에서 낙오된 적도 없고, 사회성이 떨어져서 엄마 뒤에만 숨어있던 아이들도 아니었다.
지금은 취미로 발레를 하면서 또래 혹은 언니들과 교류를 하고 있고, 자유 수영을 하면서 할머니들과도 절친이 되었으며, 교회를 다니면서 맘 맞는 또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사회성에 대한 문제는 전혀 고려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집에서는 끊임없이 말한다.
'어느 집단에서나 이상한 사람은 있고 너희들과 100% 마음이 맞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하물며 엄마, 아빠와 쌍둥이인 너희들끼리도 안 맞는 부분이 있지 않니? 그러니 때로는 한발 물어나서 배려하고, 때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가끔은 깊이 발을 들여놨다가, 아닐 거 같으면 금세 빠져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달라진 사람이 있으면 '우환이 있나 보다~'라고 편하게 생각하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간관계야.' (사실 이렇게 우아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계속 세뇌(?)를 시키다 보면 보다 나은 인관관계를 맺을 수 있고 사회성을 기르고 집단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3. 학교와 집단에서 나와 있기 때문에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고, 부모가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니 부담감이 클 수 있고, 아이에게 욕심을 부릴 수 있다.
이것은 홈스쿨링에 대한 시선과도 관련이 있고,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나 스스로 걱정되고 불안해지는 것들이다.
학교를 가고, 학원을 가고, 또래들과 어울리며 일반적인 일상들을 보내면서 그냥 그렇구나, 이렇구나, 요즘엔 다들 그러는구나 하면서 살기 마련이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다 보니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정말 끊임없이 든다. 그 안에서 걱정도 생겨나고 불안감도 생겨난다.
'홈스쿨링까지 하는데 아이들이 공부까지 어느 정도 안 해놓으면 (다른 시선에서)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이 대표적일 것 같다.
그리고 학교와 교사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입장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찾아보고, 정리하고, 공부하고 익혀서 아이들에게 내놓는 것까지 허투루 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부담도 되고 지치기도 하고 잘 따라와 주지 않는 것 같은 아이들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이것까지는 좀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수시로 마음을 다잡고 욕심을 버리고 워~워~ 내 스스로 안정화를 시켜야 하는 것이 큰 숙제이다.
4. 아이들과 무려 24시간 붙어있다.
그냥 이걸로 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겠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정식 사춘기에 언제든지 몸을 던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신 5학년, 12살의 여자 아이들이다. 아 ㅅㅂ...........
형제자매들끼리는 싸우면서 큰다는데 그걸 직접적으로 분명하고 격렬하게 시전하고 계시는 분들(ㄴ들.. )이다. 아 ㅆ...........
점점 더 눈빛과 말투가 싸가지가 없어지고 계시는 이 분들이랑 무려 24시간 동안 붙어있다는 사실이 난 참 행복해서 미춰버릴 지경이다.
사춘기를 이기는 것은 갱년기밖에 없다는데.... 니들 나 갱년기 오면 다 복수해 줄 거야!!!!
홈스쿨링?
참 힘들다.
솔직히 말하면 권태기인지 번아웃인지 요즘 들어 더 힘들고 걱정되고 불안하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걸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중학교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거야?'
하지만 아이들이 그래도 예전보다 차곡차곡 학습적인 공부와 인생 공부를 하며 쌓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고,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에, 여기서 놔버리면 절대 안 돼, 이 산 또한 잘 넘어서 안정된 둘레길을 즐겨야 해라고 생각하며 다짐하며 그래도 꾹 참고 그냥 하는 것이다.
나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아니다.
감정과 바이오 리듬이 널을 뛰는 사람이고, 몸띵이는 세상 비루하며, 호르몬의 노예로 살아가는 예민한 자이다. 그런 내가 아이들과 24시간을 붙어있으면서 홈스쿨링을 한다는 건 더더욱 핑크빛 세상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장점도 있고, 확실한 단점도 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고 글로 남기고 싶었다. 홈스쿨링의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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