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대학이라는 곳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단 하나의 목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대학이 꼭 필요할까' 혹은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살아간다.
사실 이게 내가 고민할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본인들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부모로서 옆에서 조언 비스꾸무리한것을 해주기 위해서는 나도 같이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
이러한 고민을 할때, 역시나 EBS에서는 참 좋은 방송을 해줬다.
EBS <다큐멘터리 K> 대학혁신,
1부에서는 왜 대학이 달라져야 하는지, 혁신이 필요한 이유와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위기의 대학, 중도탈락자 최대!
대한민국의 명문대를 합격해도 자퇴를 한단다.
도대체 왜 대학을 갈라고 그렇게 똥을 싸면서 공부를 하는데 심지어 명문대생들도 자퇴를 하는 것일까.
대학을 자퇴한 청년들이 나와서 저마다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얻을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졸업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학에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말, 하지만 한 학기에 450만 원 내고 기대하지 말라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지 관심도 없고 날로 먹는 교수님들이 있다.'
'단순히 교수님들이 그냥 지식을 쏟아내시고 이거 외워라, 시험에 나온다.'
'이게 대학 수업이 맞나 라는 아쉬움이 있어서 등록금이 아깝다.' 등등
많이들 대학 등록금이 아깝다고 했다.
1년에 몇백만 원, 천만 원이 넘을 수도 있는 대학 등록금을 내고 얻어가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이 청년들의 말에 아주 동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왜 대학에 가고, 왜 대학은 달라져야 하는 것일까.
반말 강의로 유명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김진해 교수는,
정해진 매뉴얼이나 규칙을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고 대학은 그런 시도를 밀어붙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대학에 존재하는 제도적인 것들 (이를테면) 출석을 부르고 (수업에) 몇 번 빠지면 F학점을 받고 하는 틀이나 규칙을 걷어냈을 때 배움은 어떻게 성립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학, 그리고 대학에 교수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그것을 시도한 한 대학이 있다.
바로 42 SEOUL.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설립한 한국의 소푸트웨어 교육기관으로, 세계혁신대학 순위 8위를 차지한 프랑스의 '에꼴 42 (Ecole42)'를 톡허사용 계약해 만들어졌으며, 학비·교재·교수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고, 온라인 테스트와 1개월간 집중교육을 통해 교육생을 선발한다.
42 SEOUL에서는 기존의 대학이 할 수 없었던 것, 교수를 없애는 가장 중요하고도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
교수 없이 학생들이 서로 협력해서 공부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는 거라고 말한다.
로그인부터 난관에 부딪힌 42 서울 교육생 선발 과정 첫날은 그야말로 어리둥절, 멘털 붕괴.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대화가 시작된다.
공유하고 질문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스스로 알아가고 교류하는 모습들.
주변사람들과 어떻게든 친해지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무서워하는 한 학생도 먼저 다가가서 질문하면 기꺼이 가르쳐 준다.
강제 개조 당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조금 더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은 좀 덜 알고 있더라도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모르면 알려주면 된다고 모두가 생각하다 보니까 점점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간 거라고 그 학생은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학생은 이곳에서 공부란 자신이 아는 것을 남과 나누는 과정이고 이것은 공부할 때 무조건 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나의 옆에 있는 사람이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동료학습.
'동료학습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곳은 실제 산업현장이다. 하지면 산업현장에서는 누가 강의를 하지 않잖아요.
팀 안에서 서로 배우게 되는데 그 배우는 환경 자체가 동료학습이고 그 환경을 그대로 학교로 옮겨온 게 42 서울의 동료학습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또 신박하고 놀라웠던, 지금껏 알지 못했던 혁신 대학 (내가 무지해서 알지 못했던 것인가....)
매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순위를 매기는 WURI 랭킹에서 1위에 빛나는 미네르바 대학.
미네르바 학생들은 4년간 전 세계 7개국을 돌며 수업을 듣는다.
캠퍼스도 강의실도 없다.
수업은 오직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만 이루어진다.
'서울대랑 미네르바 붙으면 어디 갈 거야?라고 물으면 당연히 미네르바죠!!'라고 대답했다던 한 학생.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까지 모두 붙은.... 엄청 공부 잘하는 언니였잖아!!
하버드보다 입학이 치열하다는데, 저 정도 학교들 다 붙을 정도면 골라갈 수 있겠네.
부럽......
새벽 2시에도 수업을 있고, 100프로 토론식 온라인 수업으로 교수도 학생도 자유롭게 자신을 생각을 나눈다.
'서울대학교나 한국 대학교가 보여주는 선택지보다 저에게는 훨씬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학생과 직장인의 자아를 동시에 가진 지 3년 정도 지났는데 배웠던 내용들을 회사에서 그다음 날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을 때 쾌락이나 희열을 느껴요.'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내린 선택이고 그로 인한 만족감과 자존감이 매우 높으니 나올 수 있는 태도 아니었을까.
그녀는 지식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말 그 나라에 살아보는 것이 캠퍼스를 즐기는 것이고 그 나라에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분노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를 같이 살아보면서 배우는 것은 굉장히 큰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지식들을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미네르바 대학이 바라는 혁신의 교육인 것이다.
미네르바 대학교 총장 마이크 매기는 말한다.
'미네르바 대학교의 교육은 학생들이 깊이 생각하도록 돕습니다. 10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세계적인 교수진에게 배우죠. 또한 세계 여러 곳에서 자기 생각을 시험해 볼 기회를 가지면서 사고하는 방식과 스스로에 대한 견해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일종의 '뇌수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미네르바 대학교 설립자 벤 넬슨은 묻는다.
'이번주에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실제 삶에 도움이 됐다고 느낀 분 있나요?'
우리나라 대학교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세계 2위 혁신대학,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종합 공립연구대학으로 전통적 대학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미국 대학 혁신의 아이콘이다.
한때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위기에 처한 때도 있었지만,
대학 내 모든 부서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30개 이상의 융합 전공을 도입하여 지질학, 천문학, 천체 물리학과, 우주 생물학을 연결하는 지구와 우주탐사 학부를 만들었다.
교수를 임용할 때도 살벌하다.
'우리는 세계를 바꿔야 하는 기관이기에 당신이 구글 검색에서 첫 번째로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 대학이 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조건으로 대학이 운영되니 훌륭한 교육 기관으로 거듭날 수밖에!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총장 마이클 크로는 묻는다.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고 창의적이죠. 그다음은 무엇입니까?
한국은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한국은 미래의 경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한국의 노동 인력은 미래의 자율 주행, 인공 지능 등이 가져올 변화에 준비되어 있나요?'
.......
'아니오.
한국은 매일 정치 싸움하고, 죄를 지어도 당당하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시위로 시작을 합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대학은 이제 교육 기관을 넘어 지식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
'점수와 등수 외에 우리는 무엇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주관식 성적표를 내놓은 가천대학교와 의대 최초로 절대평가를 도입한 연세대학교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도 저렇게 훌륭한 대학을 예로 들다니....
이것 또한 대학 혁신 시스템의 부익부 빈익빈인 것인가.
뿐만 아니라, 그 혁신마저도 경쟁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그 경쟁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바늘구멍 같은 입시를 통과하기만을 위한 것인 것 같고,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가야 할 길은 너무나도 불투명한 대한민국의 현실.
늘 우리를 기계부품처럼 다루고 그런 세상이 요구하는 것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이 세상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달려갈 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달려가는 학생들의 발목을 잡아 잠시 넘어뜨리려 하는 게 교육목표라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탓스 칼리지 전호근 교수의 말은,
이 나라의 교육 관련한 모든 사람들의 핸드폰과 컴퓨터 배경화면에 저장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대학교 교육은, 아니 초등학교부터도 교육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대처하고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하지만 교육 바뀐다고 모든 게 다 해결이 될까?
교육이 변화한다고 해도 기업, 사회,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 도로아미타불일 것이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광명상가...
아무리 혁신하다 하더라도 이 순서대로 사람을 평가하고 고용한다면 대한민국이 바뀔 리 만무하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절대평가가 막 와닿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느껴졌나 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심각한 저출산과 맞물려 사람이 재산이었던 단 하나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이 시기에 뼈를 깎는 혁신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는 깜깜할 것이다.
참 어렵다.
매번 어렵다.
생각할수록 어렵다.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니 더 어렵다.
ㅠㅠ
'좋은 프로그램' 카테고리의 다른 글
EBS <다큐멘터리 K> 대학혁신 - 03. 최고의 대학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0) | 2023.05.25 |
---|---|
EBS <다큐멘터리 K> 대학혁신 - 02. 서울대 10개 만들기 (1) | 2023.05.19 |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5부 스포일러 (0) | 2023.05.04 |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4부 현수는 행복할 수 있을까 (0) | 2023.04.30 |
EBS <다큐멘터리 K> 교육격차 - 3부 인서울이 뭐길래 (0) | 2023.04.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