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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프로그램

EBS <다큐멘터리 K> 대학혁신 - 02. 서울대 10개 만들기

by 글루코사 민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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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 과연 가능할까?

제목을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전국 국가거점국립대 10개를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자는 아이디어다.

지방의 국가거점국립대학교인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를 서울대'화' 하자는 것.

이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열체제를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더불어 각 지역의 인재들이 서울로 향하지 않고 자기 지역에 머물 수 있기에 지역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왜 한국만 교육지옥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한국의 교육 지옥은 'SKY' 대학을 향한 단 하나의 고속도로밖에 없어서 병목 현상 때문에 교육지옥이 발생합니다. 지방 학생들들도 모두 '인서울' 또는 'SKY' 대학으로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떤 입시 제도를 도입해도 교육 지옥이 발생합니다. 

60~70년 동안 입시제도를 바꿨지만 교육 지옥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계속 답답하니까 입시 제도만 바꾸고 있는 거죠. 'SKY' 대학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하나인데 그곳에 갈 수 있는 방법만을 바꾼 거죠. '학종'이나 '정시'냐.

무지한 짓이죠. 입시 때문에 교육 지옥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대학 서열이 교육 지옥의 원인입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저자 경희대 김종영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50개 주가 있고 그중 가장 탁월한 것이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이며 이런 캘리포니아 주에는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10개 있다는 것.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구가 약 4천만에 서울대 수준 대학이 10개 있는데 그렇다면 인구 5천만의 대한민국에도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10개 필요한 것이고 이런 연구중심대학을 전국 각지에 만들자는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취지이다.

 

존 더글라스 UC 버클리 연구 교수에 의하면,

UC(University of California) 체제는 미국에서 최초로 수립된 공립 대학의 멀티 캠퍼스 시스템으로, UC 버클리에 UCLA나 UC 산타바바라 등이 추가되면서 '하나의 대학' 개념이 생겼다고 한다. 

'하나의 대학'이라는 개념은 교내 운영 방식과 양질의 교육이 모든 캠퍼스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이 조직화된 시스템은 사회 경제적 유동성과 학업 성취도를 굉장히 높여주었다는 것.

대학 캠퍼스 수는 인구 수와 관련이 있고, 이는 UC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캠퍼스가 만들어진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어떻게 생각할까?

오세정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은 이렇게 말한다.

'교육 제도를 바꾸는 데 있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저는 당연히 천성 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대 수준의 특성화된 연구중심대학을 10개 만든다'가 정확한 의미인 거죠.

그동안 '입시 지옥'과 '서열화'에 대한 병폐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게 '서울대 없애기' '국립대 평준화' 같은 것들이었는데 사실, 그건 하향평준화이기에 서울대 입장에서는 찬성하기 어렵고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대와 같은 수준으로 지역 대학을 성장시키자는 것이기 때문에 상향평준화이며 서울대도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대학이 있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서울대에 자극을 줘서 서울대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한 교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취지는 좋지만 서울대를 10개 만든다고 서열화가 완전히 무너질까요? 서울대 No.1에서 서울대 No.10으로 다시 서열화가 될 겁니다. 과연 부산에 있는 서울대를 갈까요?

'간판만 바꾼다고 서울대 되나. 학부모 들고 ㅏ학생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이름만 가지고 그 대학을 올려놨을 때 나중에 나한테 아무런 이득이 없다, 취업할 때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학부모들이 과연 자녀들을 서울대에 보낼까요? 캠퍼스에?'

 

그렇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거점국립대는 어떻게 서울대처럼 될 수 있을까?

바로 돈이다. 

돈을 투자하면 후발 대학 혹은 지역에 있는 대학이더라도 투자가 많이 되면 전국구 대학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이며 대학 서열의 결정적 차이가 학생 1인당 교육비인데,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약 5,300만 원 (2021년 기준), 포항공대 약 1억 원, 디지스트 약 1억원, 지스트 약 8,500만 원, 카이스트 8,600만 원, 유니스트 약 6,900만 원이다. 

꿀이 있는 곳에 벌이 모이는 것처럼 교육비가 충분한 곳에 좋은 교수와 좋은 학생이 모이는 것이고, 그만큼 양질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놓고 전국의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학 서열은 결코 자연질서가 아니기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역 대학에 투자한다면 굉장히 훌륭한 대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MIT와 더불어 과학·공학계의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지금까지 4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탤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조차도 1920년 전에는 지방대였지만 현 교명으로 변경한 다음 세계적인 학자들을 배출하고 기업과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고 난 다음에 10년 만에 세계적인 대학이 되었으니,

돈을 투자하면 지역대학이 충분이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게 김종영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돈을 투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예산이 지원되어서 교육비가 그만큼 쓰였다고 해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거라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냥 단순하게 '예산을 이만큼 줘, 우리가 알아서 할게'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지원해줘 봐야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를 피하고 제대로 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하기 위해 각 대학들은 반드시 특성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 조건은 바로 '셀프 혁신'이다.

하지만 제 몸집 줄이며 뼈를 깎는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

대학은 교수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봉건 영주 같은 교수들이 전공별로 철옹성을 쌓아놓고 지키려고만 한다면 제아무리 돈을 투자해도 절대 바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교육 지옥 해체를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중대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 서울대 정부 지원금과 9개 거점국립대 정부 지권금 평균을 보면 3배가 넘게 차이가 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명문대의 1년 평균 예산은 3~4조이다.

애초에 한국 대학이 미국의 대학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와 거점국립대 정부지원금 평균의 차이만큼 9개의 대학에 총 3조 2천억 원의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자는 것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 김종영 교수의 설명이다.

 

대한민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초등, 중등, 대학 교육으로 나눠 비교를 해 놓은 표를 보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다.

2023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유아 및 초·중등교육 부분 약 81조, 대학교육 부문 약 13조이다.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초등 교육은 134%, 중등 교육은 149%나 되고, 대학교육은 64%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대학의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1천 달러, 

반면에 미국 대학은 1인당 공교육비가 3만 5천 달러라는데,

약 3배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래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서울대도차도 세계대학 순위 100위 언저리(서울대학교 98위, ARWU 2022년 기준)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등 교육보다도 못한 지원을 하면서 어떻게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을 만들라고 하는 건지.

이건 마치 만원 줄 테니까 치킨, 피자, 햄버거 사 먹고 5천 원 남겨오라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대학 가서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그 시기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다 입시경쟁에만 투자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하는 교수,

결국 우리나라에서 미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하는 모든 산업들은 결국 그것을 만들고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사람인데 그런 인재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대학이라고 말하는 교수,

지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무책임한 대학교육 정책을 가진 나라이며 교육에 대한 정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정책도 없고 학문 정책도 없다고 말하는 교수까지,

근본적으로 새로운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들이 좀 더 현명한 안목을 가지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채택해 주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김종영 교수는 말한다.

지방 시대를 열고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초저출산, 인구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반드시 세계적인 대학,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세워야 합니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 저자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 -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근데 이것을 안 하면 한국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해야 된다는  당위성이 있다고 봅니다.

- 제27대 서울대학교 총장 오세정 -

 

'서울대 10개 만들기'

아주 간단하지만 대단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이 없다.

지방의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상향평준화 하자는 의견, 너무 훌륭하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은 방송을 다 보고 난 다음에도 '의심'이었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과연 팔 걷어붙이고 나설 수 있을 것인가.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 한들 기득권들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

삭발투혼, 단식투쟁, 노숙투쟁, 분신투쟁들이 만연한 대한민국의 현시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사회적 제도나 경제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유학을 가고,

그렇지 않으면 돈 많이 버는 게 최고라며 그에 맞는 직업과 그 직업을 위한 대학을 선택하고,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지방은 점차 소멸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강한 마음을 먹고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한다.

 

프랑스의 르몽드지가 얼마 전에 한국 교육을 집중적으로 취재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다.'

아동·청소년 삶 만족도 OECD 최하위인 대한민국.

참 안타깝고도 부끄러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왜 이지경까지 되었을까.

왜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을 위해 치열하고 피폐한 교육을 못해서 안달일까.

그렇게 대학을 가면 제대로 된 고등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라는 전쟁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대학 졸업장이 계급이 되고 그 계급을 따내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하는 현실이 바뀌길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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