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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보는 시선

그날

by 글루코사 민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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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을 한 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에게 무엇이 제일 힘드냐라고 묻는다면....

망할 놈의 '그날'이다.

극강의 예민이 터지면서 내 온몸에 가시가 돋쳐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격하게 느낄 수 있는 날.

근데 신기한 것은,

여자 아이들이 초경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약 그 1년 전부터 바이오리듬이 분명히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 저노무쉬키의 주기는 요즘이 되겠구나'라는 느낌이 빡!! 온다.

 

그러다가 나를 포함해서 우리 집에 상주하는 여자 셋이 혹은 셋 중에 하나 둘이라도 예민한 시기가 찾아오면,

거기다가 사춘기의 질풍노도의 감정이 첨가되면......

이건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지옥문이 열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웰컴 투 헬.

 

애미는 나이가 먹을수록 생리 전 증후군, 생리 중 증후군, 생리 후 증후군을 야무지게 겪고 있고

(그냥 성격이 지랄...)

아이들은 봄을 생각하는 시기와 겹쳐서 극강의 예민함을 뿜어내고 있으니

이 어찌 순조로운 하루를 보낼 수가 있겠냐 말이다.

 

그래서 홈스쿨링 중에, 아니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집에서라도 힘든 것들을 나열해 보고 제일 힘든 것을 골라보라고 하면,

'아이들의 생활 습관이 무너져요'

-> 엄마가 솔선수범 해보세요~ 애미의 생활 습관이 안 무너지면 아이들의 그것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려고 해요'

-> 엄마가 솔선수범 해보세요~ 애미가 책상에 앉아서 뭐라도 하고 있으면 집중이 되지 않아도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해요~

등드르등등

이런 것들도 물론 100% 제대로 되지 않고 수시로 울화통이 터지지만 그래도, 그나마 애미가 먼저 하면 아이들은 나름 억지로라도 눈꼽만큼 따라온다고 천사 같은 얼굴로 나름 친절하게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예민해요, 사춘기랑 그날이 겹친 날은 대왕 가시가 따로 없어요'

-> 그래도 아이들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부드러운 말로 이야기하시고 아이의 짜증은 무시하시.......... 긴 뭘 무시해!!! 해도 너무하잖아!!! 어따대고 엄마한테 싸가지 없이 눈을 고따구로 뜨고 말을 떽떽거리고 있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애미가 솔선수범하여 지랄 78,380 스푼에 몇 배를 얹어서 불을 뿜어내는 상황.

 

그러다 보면  얼마나 특별하고 모험심이 강하다고 남들 안 가는 길을 택해서  ㅈㄹ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모든 것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같고,

내 안의 의지와 희망이 꺾여버리고 허탈감과 자괴감, 자책감과 우울감이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

 

이렇게 이 시가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시기가 된다.

 

그래도 내가 마음을 다스리고, 내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되어 참선한다는 생각으로,

(참고로 저는 기독교입니다만)

종교를 초월하는 평정심과 인내심을 발휘하기 위해 그날의 ㅈ같은 기분을 완화시켜 준다는 영양제도 먹어보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기도 하고 억지로라도 견디며 잘 넘어가고자 해도 1년에 두어 번, 혹은 그 이상, 아니면 일 년 내내??

못 견디고 터지는 날이 있는 게, 그게 제일 힘들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엄마의 지랄이 터지고 나면 각성이 돼서 잠잠해지지만, 

점점 더 자랄수록 그리고 사춘기가 깊어질수록 각성의 깊이는 반비례하여 낮아지면서 같이 지랄이 터지고 '엄마도 그러잖아요!!!!!'라고 할까 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 시기를 잠잠하게 보낼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일생일대의 숙제이다.

 

오 주여,

어찌 보면 잉태와 연관되는 가장 고귀한 이 기간을 이리도 힘들게 보내게끔 우리를 창조하셨나이까!!

 

여담으로,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이 있었단다.

그 청년이 말하길, 멀끔하게 생긴 어떤 아저씨가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거기서 밥도 먹고 졸기도 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있다가 가기를 2주 동안 하더란다.

중간중간 일에 대한 통화는 하는 거 보니 백수도 아닌 것 같고, 뭐 하는 아저씨인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단다.

'아저씨, 제가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아저씨는 게임도 안 하시면서 2주 넘게 매일같이 오세요?'

그랬더니 아저씨 왈,

'............ 마누라랑 딸 둘의 생리가 겹쳤어............'

 

우리 집 현실 같아서 더 웃픈 이야기 ㅠㅠ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마리놀렌산과 마그네슘을 씹어먹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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