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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보는 시선

이별

by 글루코사 민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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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에게 이별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친했던 친구와의 이별, 

하물며 애정했던 사물과의 이별도 때론 크게 다가오곤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반려동물과의 이별.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큰 슬픔과 상실감을 가져다준다.

 

얼마 전 나에게도 찾아온

나의 고양이와의 이별...

 

모든 만남이 그렇듯, 

나와 고양이의 만남도 어쩌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자주 가던 집 바로 근처에 있는 마트를 안 가고 굳이 차를 타고 좀 떨어진 마트에 갔던 그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 끝무렵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봤다. 

홀리듯이 들어간 동물병원에서 분양을 하고 있던 러시안 블루와 페르시안 친칠라.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반려동물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왜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종이 따로 있는지 당최 이해는 안 간다.

그런데 그 당시 유행에 민감했던 나도 솔직히 유행이었던 러시안 블루에게 눈이 먼저 갔던 것은 사실이다 ㅎㅎㅎ 

하지만 바로 다음 더 눈이 갔던 아이는 그 옆에서 똥꼬 발랄하게 놀던 페르시안친칠라 한 마리,

그 아이였다. 

 

그날 이후 그 두 고양이를 보기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그 마트를 방문하였고,

임신을 준비하던 시기였기에 인사만 하고 아쉬운 마음에 돌아 나와야 했다.

 

하지만 금방 생길 줄 알았던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유행했던 러시안 블루는 금방 분양이 되어 나갔고,

태어난 지 2개월이 조금 넘고, 내가 본 지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페르시안 친칠라는 그 누구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임신이 안되어서 너무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다가

어차피 내가 조급해한다고 아이가 금방 생기는 것이 아니니까 포기하고 마음 편하게 먹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쁜 아이를 주시겠지... 

라고 생각을 바꾸면서,

여느 때와 같이 그 마트에 그 페르시안 친칠라를 보러 갔다.

 

그날따라 유독 예쁘게 나를 쳐다보던 그 아이,

계획한 것도 아니고 고민했던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동물병원 간호사한테 말했다.

"한번 안아봐도 돼요?"

 

그 작은 아이가 내 품에 안기는 순간부터 골골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갈래?"

 

그렇게 그 고양이는 나의 고양이가 되었다.

그렇게 그 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온 지 한 달 만에 임신이 되었고, 나의 소중한 쌍둥이들이 태어났다.

 

예방접종을 해도 단 한 번도 하악질을 하지 않았던 아이,

임신을 하고 조기수축 때문에 누워있어야만 할 때에도 내 머리옆에서 위로해 주던 아이,

쌍둥이들이 기어 다니면서 꼬리를 잡고 주둥이를 쥐어뜯어도 단 한 번도 해코지를 하지 않았던 아이,

소파나 페브릭을 단 한 번도 뜯지 않았던 아이,

창틀에 앉아서 밖을 구경하거나 햇살 받으며 자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

그래서 네이버 거리뷰를 통해서도 우리 집 창틀에서 보였던 아이,

쌍둥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네이버판 주간베스트에도 올랐던 아이,

발 마사지를 좋아했던 아이,

내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면 책위에 앉아있던 아이,

내가 컴퓨터를 하면 키보드 위에 앉아있던 아이,

나의 사생팬이었던 나의 고양이....

 

12년 7개월 3일 중에,

12년 6개월까지는 너무 똥꼬 발랄하고 엉뚱하고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그런데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물을 너무 심하게 많이 먹고 말라가던 아이.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

 

결과는 신부전 4기, 신장이 기능을 거의 못하는 상태.

이런 상태로 저렇게 있는 거 조차도 신기하다고 말한 수의사 선생님.

바로 입원시켜서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수액을 고용량으로 맞으면서 지켜봐야 하는데 중간에 경련이 올 수도 있다며,

그러면 안 좋은 예후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울면서 아침, 저녁으로 병문안을 가고,

울면서 그 작은 아이를 병원에 놓고 와야만 했다.

 

입원치료를 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크레아티닌과 인수치....

하지만 더 이상 아이를 병원에 혼자 두고 올 수 없었다.

이런 수치라면 일주일도 살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을 뒤로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살은 더 빠져서 2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아이에게 하루 120ml씩 피하수액을 했고,

잘 먹지 않아서 로열캐닌 레날 리퀴드를 강제급여했다.

마지막 5일은 정말 움직이기도 힘들었는지 누운 채로 쉬를 싸서 기저귀까지 채워야 했다. 

 

한시도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나의 고양이를 위해 나의 곁을 언제든 내어주었다.

 

그렇게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의 고양이는 잘 버텨주었고,

햇살이 너무 좋고 달이 너무 밝은 날, 

우리들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나와의 운명 같은 인연을 시작으로

가족들과 즐거운 생을 보내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화장을 하고, 

그 유골을 스톤으로 제작되고,

그리고 그 스톤이 너무 예쁘게, 가족들이 언제든 인사할 수 있는 자리에 놓이기까지,

나의 고양이는 너무나도 귀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 나라로 갔다.

 

내가 거두고, 

내가 키우고,

내가 보낸 유일한 생명체.

 

너무 슬펐다.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아팠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오열을 하고 있지만.....

의연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야 나의 고양이가 맘 편히 놀고 있다가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입구에서 예쁘게 앉아 맞이해 줄 것 같아서.....

 

작은 아이의 작은 공간만 비워졌을 뿐인데도 너무 크게 와닿는 그 자리,

다시는 그 어떤 생명체도 나의 고양이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꿈에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쌍둥이들은 꿈속에서 우리 고양이가 고양이 나라에서 사과를 따고 있더라는데,

내 꿈에는 왜 안 오나... 나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고양이야.....

 

사랑해.

고마워.

행복했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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